19권 제21 십행품
이 때 공덕림보살이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보살의 잘 생각하는 삼매에 들었다. 이 삼매에 드니, 시방으로 각각 1만 부처님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세계 밖에 1만 세계의 티끌 수 같은 부처님들이 계시니, 명호가 다 같이 공덕림불이라, 공덕림보살 앞에 나타나서 말씀하시었다.
“훌륭하다. 불자여, 그대가 능히 잘 생각하는 삼매에 들었도다. 선남자여, 이것은 시방으로 각각 1만 세계의 티끌 수처럼 많은 명호가 같은 부처님들이 그대에게 가피하려는 것이니, 역시 비로자나여래의 지난 세상의 서원하신 힘과 위신의 힘과 모든 보살들의 선근의 힘으로써 그대로 하여금 이 삼매에 들어서 법을 연설케 하려는 것이니라.
부처의 지혜를 증장하려는 연고며, 법계에 깊이 들게 하려는 연고며, 중생세계를 분명히 알게 하는 연고며, 들어가는 데 걸림이 없게 하려는 연고며, 행하는 일이 장애가 없게 하려는 연고며, 한량없는 방편을 얻게 하려는 연고며, 온갖 지혜의 성품을 거두어 지니려는 연고며, 모든 법을 깨닫게 하려는 연고며, 모든 근성을 알게 하려는 연고며, 온갖 법을 가지고 말하게 하려는 연고니, 이른바 모든 보살의 열 가지 행을 일으키려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이 법을 연설하라.”
이 때 모든 부처님께서 공덕림보살에게 걸림없는 지혜·집착 없는 지혜·끊이지 않는 지혜·스승 없는 지혜·어리석지 않은 지혜·다르지 않은 지혜·허물 없는 지혜·한량없는 지혜·이길 이 없는 지혜·게으름 없는 지혜·빼앗을 수 없는 지혜를 주었으니, 이 삼매의 힘은 법이 으레 그러한 까닭이었다.
그 때 여러 부처님이 각각 오른손을 내밀어 공덕림보살의 정수리를 만지니, 공덕림보살은 삼매로부터 일어나 모든 보살에게 말하였다.
“불자들이여, 보살의 행은 헤아릴 수 없어서 법계와 허공계로 더불어 평등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보살마하살은 삼세의 부처님들을 배워서 행을 닦는 연고입니다.
불자들이여,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의 행이라 합니까?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열 가지 행이 있으니, 삼세의 모든 부처님의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무엇이 열인가. 하나는 즐거운 행이요, 둘은 이익하는 행이요, 셋은 어기지 않는 행이요, 넷은 굽히지 않는 행이요, 다섯은 우치와 산란을 여의는 행이요, 여섯은 잘 나타나는 행이요, 일곱은 집착 없는 행이요, 여덟은 얻기 어려운 행이요, 아홉은 법을 잘 말하는 행이요, 열은 진실한 행입니다.
불자들이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즐거운 행인가.
불자들이여, 이 보살이 큰 시주가 되어 가진 물건을 모두 다 보시하는데, 그 마음이 평등하여 후회하거나 아까워함이 없으며, 과보를 바라지 아니하며, 이름을 구하지 아니하며, 이양을 탐하지도 아니하고, 다만 일체 중생을 구호하며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며 일체 중생을 이익케 하려는 것이며,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을 배우며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을 생각하며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을 좋아하며,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을 청정히 하며,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을 증장하며,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에 머물러 지니며,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을 나타내며,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을 연설하여, 모든 부처님의 닦으시던 행으로 중생들로 하여금 괴로움을 여의고 낙을 얻게 하려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이 행을 닦을 때에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하고 즐겁게 하려 하나니, 어느 지방에나 가난한 곳이 있거든 원력으로써 그 곳에 태어나되 호사스럽고 크게 부귀하여 재물이 다함이 없으며, 가령 잠깐잠깐 동안에 한량없고 수없는 중생들이 보살에게 와서 말하기를 '어진 이여,우리는 몹시 가난하여 끼니를 이어갈 수 없으며 굶주리고 곤고하여 목숨을 부지할 수 없사오니,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어 나에게 살을 보시하여 먹고 살아나게 하소서' 한다면, 보살은 곧 보시하여 주어 그로 하여금 환희하고 만족케 합니다. 이렇게 한량없는 백천 중생이 와서 구걸하더라도 보살은 조금도 퇴타하거나 겁약한 기색이 없고, 다시 자비한 마음이 증장하나니, 그래서 중생들이 모두 와서 구걸하는 것을 보살이 보고는 더욱 환희하여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좋은 이익을 얻었도다. 이 중생들은 나의 복밭이며 나의 선지식이니, 구하지도 않고 청하지도 않았지만 일부러 와서 나로 하여금 불법 가운데 들게 하는 것이다. 나는 마땅히 이렇게 배우고 닦아서 모든 중생의 마음을 어기지 아니하리라.'
또 생각하기를 '나는 이미 지었거나 지금 짓거나 장차 지을 모든 선근으로써, 오는 세상에는 일체 세계의 일체 중생 가운데서 엄청나게 큰 몸을 받고, 그 살로써 모든 굶주린 중생들의 배를 채워 만족케 하되, 단 하나 조그만 중생까지라도 배가 차지 않은 이가 있으면, 나는 목숨을 버리지 아니할 것이며, 내 몸에서 베어내는 살도 다하지 말아지이다'고 원할 것이며, 이러한 선근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대열반을 증득하기를 원하며, '나의 살을 먹은 중생들도 역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평등한 지혜를 가지며, 불법을 갖추어 불사를 널리 짓다가 무여열반에 들어지이다'라고 원하고, 만일 한 중생이라도 만족하지 않는다면, 나는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지 않겠나이다'고 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중생을 이익케 하지만, 나라는 생각․중생이란 생각․있다는 생각․목숨이란 생각․여러 가지란 생각․보특가라란 생각․사람이란 생각․마납바란 생각․짓는 이란 생각․받는 이란 생각이 모두 없고, 다만 법계와 중생계의 끝없고 짬이 없는 법과 공한 법과 있는 것 없는 법과 형상 없는 법과 자체가 없는 법과 처소가 없는 법과 의지가 없는 법과 지음이 없는 법을 관찰합니다.
이런 관찰을 할 때에는 제 몸도 보지 않고, 보시하는 물건도 보지 않고, 받는 이도 보지 않고, 복밭도 보지 않고, 업도 보지 않고, 과보도 보지 않고, 결과도 보지 않고, 작은 결과도 보지 않고, 큰 결과도 보지 않습니다.
그 때 보살은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중생의 받아 난 몸이 멸하는 것을 보고, 문득 생각하되 '이상하다, 중생이여.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생사하는 속에서 수없는 몸을 받지만, 위태하고 연약하여 머물러 있지 못하고 속히 멸하는데, 이미 멸하였거나 지금 멸하거나 장차 멸할 것이어늘, 마침내 견고하지 못한 몸으로써 견고한 몸을 구하지 못하는구나. 내가 마땅히 모든 부처님께서 배우신 것을 모두 배우며, 온갖 지혜를 얻어 온갖 법을 알고는, 중생들을 위하여 삼세가 평등하고 고요하며 무너지지 않는 법의 성품을 말하여 주어, 그로 하여금 편안한 쾌락을 얻게 하리라' 하나니, 불자들이 여,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첫째 즐거운 행이라 합니다.
불자들이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이익케 하는 행인가.
이 보살이 깨끗한 계율을 수호하여 가지며, 빛과 소리와 냄새와 맛과 촉에 대하여 집착하지 아니하고, 중생들을 위하여서도 이렇게 말하여, 권세를 구하지도 않고, 문벌을 구하지도 않고, 부귀를 구하지도 않고, 몸매를 구하지도 않고, 임금의 지위를 구하지도 아니하여, 이러한 온갖 것에는 조금도 집착이 없고, 다만 청정한 계율을 견고하게 가지면서 생각하기를 '내가 청정한 계율을 가지는 것은 반드시 온갖 얽힘과 속박과 탐심과 시끄러움과 모든 재난의 핍박과 훼방과 탁란함을 버리고 부처님께서 찬탄하시는 평등한 정법을 얻으리라'고 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렇게 청정한 계율을 가질 적에, 하루 동안에 가령 수없는 백천억 나유타 큰 악마가 보살이 있는 곳에 나오면서, 저마다 각각 한량없고 수없는 백천억 나유타 천녀를 데리고 왔는데, 모두 오욕에 대하여 방편을 잘 행하며, 단정하고 아름다워 사람의 마음을 홀리게 하며, 갖가지 훌륭한 물건을 가지고 와서 보살의 도심을 의혹하고 어지럽게 합니다.
이 때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되 '이 오욕은 도를 장애하는 것이며, 위없는 보리까지도 장애하는 것이라' 하여 잠깐도 탐욕을 내지 아니하고 깨끗한 마음이 부처님과 같지만, 오직 방편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일만은 제할 것이니, 온갖 지혜의 마음을 버리지 아니하기 때문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은 탐욕으로 인하여서는 한 중생도 시끄럽게 하지 아니하나니,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중생을 시끄럽게 하는 일을 짓지 아니합니다. 보살이 부처님을 뵈온 후로는 일찍이 잠깐도 탐욕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실제로 일을 행하겠습니까. 혹시라도 그런 일을 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 때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나니, '일체 중생이 오랜 세월에 오욕을 생각하고 오욕으로 향하여 나아가고 오욕을 탐착하면서, 그 마음에 결정하여 물들고 빠져서 그를 따라 헤매고 자재함을 얻지 못하는 것이니, 내 이제 마땅히 이 마군과 천녀와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위없는 계율에 머물게 할 것이며, 청정한 계율에 머문 뒤에는 온갖 지혜에 마음이 퇴전하지 아니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며, 내지 무여열반에 들게 하리니, 왜냐하면 이것은 우리가 마땅히 행할 사업이므로 부처님을 따라서 이렇게 배워야 할 것이니라'고 합니다.
이렇게 배우고는 모든 나쁜 행동과 나라고 고집하는 무지를 여의고, 지혜로 일체 부처님 법에 들어가서 중생에게 법을 말하여 전도를 버리게 하거니와 그러나 중생을 떠나서 전도가 있지도 않고, 전도를 떠나서 중생이 있지도 않으며, 전도 속에 중생이 있지도 않고 중생 속에 전도가 있지도 않으며, 전도가 곧 중생도 아니고 중생이 곧 전도도 아니며, 중생이 내법도 아니고 중생이 외법도 아닌 줄을 압니다.
온갖 법이 허망하고 진실하지 못하여 잠깐 일어났다 잠깐 없어지는 것이요, 견고하지 못하여 꿈과 같고 그림자 같고 요술 같고 변화함과 같아서 어리석은 이를 의혹케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알면 곧 모든 행을 깨달아 나고 죽는 일과 열반을 통달하며, 부처님의 보리를 증득하며, 스스로 제도하고 남을 제도하며, 스스로 해탈하고 남을 해탈케 하며, 스스로 조복하고 다른 이를 조복케 하며, 스스로 고요하고 다른 이를 고요하게 하며, 스스로 안은하고 남을 안은케 하며, 스스로 때를 여의고 남도 때를 여의게 하며, 스스로 청정하고 남도 청정케 하며, 스스로 열반하고 남도 열반케 하며, 스스로 쾌락하고 남도 쾌락케 합니다.
불자들이여, 이 보살이 다시 이렇게 생각하되 '나는 마땅히 일체 여래를 따르며, 일체 세간의 행을 여의며, 일체 부처님 법을 갖추며, 위없이 평등한 곳에 머물며, 중생을 평등하게 보며, 경계를 밝게 통달하며, 모든 허물을 여의고, 모든 분별을 끊고, 모든 집착을 버리고, 공교하게 뛰어나며, 마음은 항상 위없고 말할 수 없고 의지한 데 없고 변동이 없고 한량없고 한없고 끝나지 않고 모양이 없고 깊고 깊은 지혜에 머물리라' 하나니, 불자들이여,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둘째 이익하는 행이라 합니다.
불자들이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어기지 않는 행인가.
이 보살이 항상 인욕하는 법을 닦아 겸손하고 공경하여 스스로 해하지 않고 남을 해하지 않고 둘 다 해하지 않으며, 스스로 탐하지 않고 남을 탐하게 하지 않고 둘 다 탐하지 아니하며, 스스로 집착하지 않고 남을 집착하게 하지 않고 둘 다 집착하지 아니하며, 또한 명예와 이양도 구하지 아니하고, 이런 생각을 하나니 '내가 마땅히 중생에게 법을 말하여 그로 하여금 모든 나쁜 짓을 여의고, 탐욕․성내는 일․어리석음․교만․감추는 일․간탐․질투․아첨․속임을 끊게 하고, 부드럽게 화평하여 참고 견디는 데 항상 머물게 하리라'고 합니다.
불자들이여, 보살이 이렇게 인욕함을 성취하면 가령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 중생이 그 곳에 오는데, 중생마다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 입을 변화하여 가지고 낱낱 입으로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 말을 내나니, 이른바 기쁘지 못한 말, 선하지 못한 말, 반갑지 않은 말, 사랑할 수 없는 말, 어질지 못한 말, 성인의 지혜가 아닌 말, 성현과 상응하지 않는 말, 성현에게 친근할 수 없는 말, 매우 역한 말, 차마 들을 수 없는 말들입니다. 이런 말로 보살을 헐뜯어 욕하거나, 또 이 중생들이 저마다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 손을 가졌고, 손마다 각각 백천억 나유타 아승기 병장기를 들고 보살을 박해하기를, 아승기겁이 지나도록 쉬지 아니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극심한 고초를 당하여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생명이 끊어지려 하더라도 생각하기를, '내가 이만한 고통으로 마음이 흔들리면, 자기를 조복하지 못하고, 자기를 수호하지 못하고, 스스로 분명히 알지 못하고, 스스로 닦지 못하고, 스스로 바르게 정하지 못하고, 스스로 고요하지 못하고, 스스로 아끼지 못하여 스스로 집착을 내리니, 어떻게 다른 이의 마음을 청정케 하랴'고 합니다.
보살이 이 때에 또 생각하기를 '내가 끝없는 옛적부터 생사 속에 있으면서 모든 고통을 받았도다' 하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어 마음이 청정하여 환희하여지고, 스스로 조화하고 잠들어 불법 가운데 편안히 머물고 또 중생으로 하여금 이런 법을 얻게 합니다.
다시 생각하기를 '이 몸은 공한 것이어서 나도 없고 내 것도 없으며, 진실하지 아니하고 성품이 공하여 둘이 없으며, 괴롭고 즐거움이 모두 없는 것이며, 모든 법이 공한 것을 내가 이해하고 다른 이에게 널리 말하여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이런 소견을 없애게 할 것이니, 그러므로 내가 비록 이런 고통을 당하여도 참고 견디어야 할 것이라, 중생을 염려하는 연고며, 중생에 이익 주려는 연고며, 중생을 안락케 하는 연고며,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연고며, 스스로 깨달으려는 연고며, 다른 이를 깨닫게 하려는 연고며, 마음이 퇴전하지 않는 연고며, 부처님 도에 향하여 나아가기 위한 연고니라'고 하나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셋째 어기지 않는 행이라 합니다.
불자들이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굽히지 않는 행인가.
이 보살은 모든 정진을 수행하나니, 이른바 제일가는 정진과 큰 정진과 승한 정진과 특별히 승한 정진과 가장 승한 정진과 가장 묘한 정진과 상품의 정진과 위없는 정진과 같을 이 없는 정진과 두루한 정진입니다.
성품에 삼독이 없고 성품에 교만이 없고 성품에 덮어 숨김이 없고 성품에 간탐과 질투가 없고 성품에 아첨과 속임이 없고 성품이 스스로 부끄러워함이요, 마침내 한 중생이라도 시끄럽지 않게 하기 위하여 정진을 행합니다.
오직 일체 번뇌를 끊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의혹의 근본을 뽑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습기를 제하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중생의 세계를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중생이 여기서 죽어 저기 나는 것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중생의 번뇌를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중생의 마음에 좋아함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중생의 경계를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중생의 근성이 승하고 열함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오직 일체 중생의 마음으로 행함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합니다.
또 일체 법계를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불법의 근본 성품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불법의 평등한 성품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삼세의 평등한 성품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불법의 지혜 광명을 얻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불법의 지혜를 증득하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불법의 한결같은 실상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불법의 끝단 데 없음을 알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불법의 광대하고 결정하고 공교한 지혜를 얻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고, 일체 불법의 구절과 뜻을 분별하여 연설하는 지혜를 얻기 위하여 정진을 행하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정진행을 성취하고는, 가령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그대가 능히 무수한 세계에 있는 중생들을 위할 적에, 하나하나의 중생을 위하여 아비지옥에서 수없는 겁 동안에 모든 고통을 두루 받으면서, 저 중생들로 하여금 낱낱이 수없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나게 하고, 부처님을 뵈온 연고로 여러 가지 낙을 받으며, 내지 무여열반에 들게 하고야, 그대가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리니, 그렇게 할 수 있느냐' 하면,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합니다.
또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한량없는 아승기 큰 바닷물을 그대가 한 털 끝으로 찍어내어 다하게 하고, 한량없는 아승기 세계를 모두 부수어 티끌을 만들어서 그 물방울과 그 티끌을 낱낱이 세어 그 수효를 알고는, 중생을 위하여서 그렇게 많은 겁을 지나면서 찰나찰나마다 고통받기를 간단 없이 하라'고 하더라도, 보살이 이 말을 들었다고 해서 잠깐이라도 후회하는 마음을 내지 아니하고, 다시 환희용약함을 더하며 스스로 다행하게 생각하고 큰 이익을 얻노라 하면서, '나의 힘으로써 저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고통에서 길이 벗어나게 하리라'고 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행하는 방편으로 일체 세계에서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내지 무여열반을 끝까지 얻게 하나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넷째 굽히지 않는 행이라 합니다.
불자들이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우치와 산란을 여의는 행인가.
이 보살이 바른 생각을 성취하여 마음이 산란치 않고 견고하여 동하지 아니하며, 최상이고 청정하고 넓고 크고 한량없어 미혹하지 않은 것입니다.
생각이 바름으로써 세간의 온갖 말을 잘 알고, 출세간법의 말을 능히 지니나니, 이른바 색법과 색 아닌 법의 말을 능히 지니며, 색의 성품을 건립하는 말을 능히 지니고, 내지 수․상․행․식의 성품을 건립하는 말을 능히 지니어 마음이 우치하고 산란치 않으며, 세간에 있어 여기서 죽고 저기 나는 데 마음이 우치하고 산란치 않으며, 태에 들고 태에서 나오는 데 마음이 우치하고 산란치 않으며, 보리심을 내는 데 마음이 우치하고 산란치 않으며, 선지식을 섬기매 마음이 우치하고 산란치 않으며, 불법을 부지런히 닦는 데 우치하고 산란치 않으며, 마군의 일을 알아서 마음이 우치하고 산란치 않으며, 마군의 업을 여의어 마음이 우치하고 산란치 않으며, 말할 수 없는 겁 동안 보살행을 닦으매 마음이 우치하고 산란치 않습니다.
이 보살이 이렇게 한량없는 바른 생각을 성취하고는,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에게서 바른 법을 듣나니, 이른바 매우 깊은 법, 넓고 큰 법, 장엄한 법, 가지가지 장엄한 법, 가지가지 낱말 구절 소리의 굴곡을 연설하는 법, 보살의 장엄하는 법, 부처님 신력과 광명의 위없는 법, 바른 희망으로 결정한 이해인 청정한 법, 일체 세간에 집착하지 않는 법, 일체 세간을 분별하는 법, 매우 깊고 광대한 법, 어리석음을 떠나 일체 중생을 분명히 아는 법, 일체 세간이 함께하고 함께하지 않는 법, 보살 지혜의 위없는 법, 온갖 지혜로 자재한 법들입니다. 보살이 이런 법을 듣고는 아승기겁을 지내어도 잊지 않고 잃지 않고 항상 기억하여 간단함이 없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보살마하살이 한량없는 겁 동안 모든 행을 닦을 때에 한 중생이라도 시끄럽게 하여 바른 생각을 잃게 하지 아니하며, 바른 법을 파괴하지 않고 선근을 끊지 아니하여 마음에 항상 광대한 지혜를 증장하는 연고입니다.
또 이 보살마하살은 가지가지 음성으로도 산란케 하지 못하나니, 이른바 높고 큰 음성, 거칠고 탁한 음성, 사람을 공포케 하는 음성, 뜻에 기쁜 음성, 기쁘지 않는 음성, 귀를 시끄럽게 하는 음성, 육근을 망그러뜨리는 음성입니다.
이 보살은 이렇게 한량없고 수없는 좋고 싫은 음성이 아승기 세계에 가득함을 듣더라도, 잠깐 동안도 마음이 산란치 아니하나니, 이른바 바른 생각이 산란치 않고, 경계가 산란치 않고, 삼매가 산란치 않고, 깊은 법에 들어감이 산란치 않고, 보리행을 닦음이 산란치 않고, 보리심을 내는 것이 산란치 않고, 부처님들을 생각함이 산란치 않고, 진실한 법을 관찰함이 산란치 않고, 중생을 교화하는 지혜가 산란치 않고, 중생을 청정케 하는 지혜가 산란치 않고, 깊은 이치를 결정적으로 아는 것이 산란치 아니합니다.
악업을 짓지 아니하므로 악업의 장애가 없고, 번뇌를 일으키지 아니하므로 번뇌의 장애가 없고, 법을 가벼이 여기지 아니하므로 법의 장애가 없고 정법을 비방하지 아니하므로 과보의 장애가 없습니다.
불자들이여, 위에 말한 음성들이 낱낱이 아승기 세계에 가득하여 한량없고 수없는 겁에 잠깐도 끊이지 않으면서 중생의 몸과 마음과 모든 근을 무너뜨리더라도 이 보살의 마음은 무너뜨리지 못하며, 보살이 삼매에 들어 성인의 법에 머물고, 일체 음성을 생각하고 관찰하며, 음성의 나고 머물고 멸하는 모양을 잘 알며, 음성의 나고 머물고 멸하는 성품을 잘 압니다.
이렇게 듣고는 탐심을 내지 아니하고 성을 내지 아니하고 생각을 잃지 아니하며, 그 모양을 잘 취하여서 물들지 아니하며, 온갖 음성이 다 없는 것이어서 실로 얻을 수 없으며, 지은 이도 없고 근본의 짬도 없어서 법계와 평등하여 차별이 없나니, 보살이 이렇게 적정한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행을 성취하고는 온갖 지혜에 이르도록 영원히 퇴전치 아니하고, 온갖 선정의 문에 잘 들어가서 모든 삼매가 동일한 성품임을 알며, 일체 법이 끝이 없음을 알며, 일체 법의 진실한 지혜를 얻으며, 음성을 여읜 깊은 삼매를 얻으며, 아승기 삼매문을 얻어서 한량없이 광대한 대비심을 증장합니다. 이 때에 보살이 잠깐 동안에 수없는 백천 삼매를 얻어서 이런 음성을 들어도 마음이 산란하지 않고 삼매로 하여금 점점 더 커지게 하며, 생각하기를 '내가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위없이 청정한 생각에 편안히 머물러 온갖 지혜에 퇴전치 아니하고 필경에 무여 열반을 성취케 하리라' 하나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다섯째 우치와 산란을 여의는 행이라 합니다.
불자들이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의 잘 나타나는 행인가.
이 보살의 몸으로 짓는 업이 청정하고 말로 짓는 업이 청정하고 뜻으로 짓는 업이 청정하여, 얻은 것 없는 데 머물러서 얻을 것 없는 몸과 말과 뜻의 업을 보이나니, 삼업이 모두 없는 것인 줄을 아는 것이며, 허망함이 없으므로 얽매임이 없으며, 무릇 나타내어 보이는 것이 성품도 없고 의지함도 없습니다.
실제와 같은 마음에 머물러 한량없는 마음의 성품을 알며 온갖 법의 성품을 알지만, 얻은 것도 없고 형상도 없고 매우 깊어 들어가기 어려우며, 바른 자리인 진여의 법성에 머물러서 방편을 내지만 업보가 없는 것이어서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으며, 열반계에 머물고 고요한 성품에 머물고 진실하여 성품이 없는 성품에 머무르며, 말로 할 수도 없고 세간을 초월하여 의지한 데가 없습니다. 분별을 여의어 속박이 없는 법에 들어갔으며, 가장 나은 지혜의 진실한 법에 들어갔으며, 세간으로는 알 수 없는 출세간 법에 들어갔나니, 이것이 보살의 교묘한 방편으로 나는 모양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불자들이여, 이 보살이 생각하기를 '일체 중생이 성품 없음으로 성품을 삼았고, 일체 법이 함이 없음으로 성품을 삼았고, 일체 국토가 형상 없음으로 모양을 삼았으며, 일체 삼세가 오직 말뿐이니, 모든 말이 여러 법 가운데 의지한 곳이 없고 모든 법이 말 가운데 의지한 곳이 없다 합니다.
보살이 이와 같이 모든 법이 모두 깊고 깊음을 알며, 모든 세간이 다 고요하고, 모든 불법이 더함이 없고 불법이 세간법과 다르지 않고, 세간법이 불법과 다르지 않고, 불법과 세간법이 섞이지 아니하며 또 차별도 없음을 이해하나니, 법계의 자체 성품이 평등하면 삼세에 두루 들어감인 줄을 분명히 아는 것이며, 큰 보리심을 영원히 버리지 않고, 중생을 교화하는 마음이 항상 퇴전하지 않으며, 큰 자비심이 더욱 증장하여 일체 중생의 의지할 데가 됩니다.
보살이 이 때에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중생을 성숙시키지 않으면 누가 성숙시키며, 내가 중생을 조복하지 않으면 누가 조복하며, 내가 중생을 교화하지 않으면 누가 교화하며, 내가 중생을 깨우치지 않으면 누가 깨우치며, 내가 중생을 청정케 하지 않으면 누가 청정케 하겠는가. 이것은 나에게 마땅한 일이니 내가 하여야 하리라'고 합니다.
또 생각하기를 '만일 나만 이 깊은 법을 알면 나 한 사람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해탈할 것이니, 다른 중생들은 캄캄하고 눈이 없어 큰 험난한 길에 들어갈 것이며, 모든 번뇌에 속박이 되어 중병에 걸린 사람이 항상 고통을 받는 것 같을 것이며, 탐애의 옥에 떨어져 나오지 못할 것이요, 지옥·아귀·축생·염라왕 세계를 벗어나지 못하여 고통을 멸하지 못할 것이며, 어두운 데 항상 있으면서 진실한 이치를 보지 못하고, 생사에 헤매면서 뛰어나지 못하고, 팔난에 있으면서 더러운 때에 물들고 가지가지 번뇌가 마음을 가리워서 삿된 소견에 빠져 바른 도를 행하지 못하리라'고 합니다.
보살이 이렇게 중생을 관찰하고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중생들이 성숙되지 못하고 조복되지 못한 것을 그냥 버려두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한다는 것은 차마 못할 일이니, 내가 먼저 중생들을 교화하면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겁에 보살의 행을 행하되, 성숙하지 못한 이를 먼저 성숙케 하고 조복하지 못한 이를 먼저 조복케 하리라.'
이 보살이 이 행에 머물러 있을 때에 모든 하늘·마군·범천·사문·바라문과 모든 세간의 건달바와 아수라들이 만일 만나 보거나 잠깐이라도 함께 있거나 공경하고 존중하고 섬기고 공양하거나, 잠깐 귀에 들었거나 마음에 한번 거치기만 하여도, 이런 일이 헛되지 아니하여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니, 이것을 보살마하살의 여섯째 잘 나타나는 행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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